2017. 12. 23. 12:43ㆍCulture/Theater/Cinema
위대한 쇼맨
바넘 효과
바넘 효과를 아는가. 심리학 용어로 성격에 대한 보편적인 묘사들이 자신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말한다. 쉽게 말해 대충 두리뭉실하게 이야기 하면 '그게 다 나와 관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을 뜻하는데, 예들어 혈액형 성격 테스트 같은 것 말이다.
이 말의 유래는 ‘피니어스 테일러 바넘’에게서 왔다. 그 때 'P.T 바넘'은 "당신에게도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습니다" 라고 했다. 지금 이야기 하고자 할 영화 ‘위대한 쇼맨’은 바로 이 ‘P.T 바넘’이란 사람의 일화를 바탕에 둔 것이다.
뮤지컬
나는 뮤지컬 영화를 볼 때 스토리의 전개나 구성의 짜임새 따윈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여러 개의 뮤직 비디오를 하나로 엮어 놨다’라는 생각으로 관람한다고 해야 될 듯하다. 대신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퍼포먼스와 음악, 시각적인 장치와 청각적인 효과다.
스토리
알다시피 영화 ‘위대한 쇼맨’은 뮤지컬 영화이다. 역시나 스토리적인 측면에서는 비약도 심하고 얼렁뚱땅인 경우도 상당해 보인다. 하지만 그 때문에 영화에 집중 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으니 이 정도면 합격선이라고 말해도 될 듯하다. 중요한 남은 한 가지, 퍼포먼스와 사운드트랙에 대해서도 나름은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해외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서 찬사를 보내고 있는 것 같고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백점 만점에 백점까지는 아니었다고 생각 들지만.
메시지
백점 만점에 백점인 부분은 이 영화의 메시지적인 측면이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이와 같은 명제를 가지고 계속해서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또한 외모에 대한 편견, 사회적 약자 내지 소수자들에 대한 메시지도 설득력 있게 다가 왔다. 그래도 이런 메시지를 스토리적인 측면으로 다가갈 때에는 역시 전혀 아니었다라고 해야겠지만 말이다. (스토리적인 측면은 신경 안 쓴다고 이미 말해 두었다)
연기력
당연히 이런 주제를 담은 뮤지컬 영화라면, 그 안의 음악들도 그러한 메시지를 가운데 두고 따라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진짜 좋았던 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단지 이런 음악이 있었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내린다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겨진 배우들의 연기력과 감독의 표현력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여기선 아무런 흠조차 잡을 수 없었을 정도였다.
울어버린
하지만 개인적으로 볼 때, 배역의 어색함은 숨길 수 없었다. 영화 ‘로건’ 이후의 ‘휴 잭맨’ 말이다. 슬프게도 내게 ‘P.T바넘’이 자꾸 ‘울버린’으로 겹쳐 보였다. 이를 어찌할꼬.
음악
사실 요즘의 영화들은 아무리 좋았어도, 마치 “책 한권 봤네” 이런 식으로 말해선 안 된다고 본다. 오해하지 마시라. 그 이상이란 뜻이었다. 여기에는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하는 음악들도 함께 섞여있지 않았던가. 요즘 같이 수없이 많은 것들이 빨리도 변모해가는 마당에 모르는 것이 있을 땐 웹검색 하나면 얻을 것을 다 얻을 수 있는 형편에서, 정반대로 세월아 네월아 독, 독, 독서라니... 누군가 TV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 지금에 와서 가장 아까운 시간 낭비는 바로 독서라고. 물론 이게 무조건 옳은 말이라고 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말이다.
OST
여하튼 이런 점 때문에 개인적으로 영화를 볼 때에는 OST에 좀 더 집중하려고 하는 편이다. 그와 중에 어떤 영화들은 OST 자체를 중심에 둔 것들도 있었고, 그래서 나는 이런 영화들을 너무나 좋아했다. 영화 ‘위대한 쇼맨’도 뮤지컬 영화이니 당연히 OST를 여기서 말해야만 하겠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아무리 영화가 좋았기로서니 OST 역시 다 좋았다고는 말 못하겠다. 그 가운데 영화 ‘위대한 쇼맨’에서 정말 좋았던 OST는 3개였다.
극중 제니 린드가 부른 "Never Enough"는 배역을 연기한 '레베카 페르구손'이 아니라 가수 '로렌 올레드'(Loren Allred)가 불렀다.
관련 글
2017/12/27 - [Figure/History/Case] - 로렌 올레드 / Loren Allred
사기꾼
영화 ‘위대한 쇼맨’에서 말하는 쇼맨은 결국 ‘P.T 바넘’을 가리켰다. 그런데 이 사람이 영화의 제목처럼 정말 위대한 사람이었을까. 글세... 사실 ‘P.T 바넘’은 당대에도 사기꾼으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좀 더 치자면 ‘유리 겔러’ 같은 희대의 사기꾼이었다고 해야 될 정도다. ‘P.T 바넘’이 했던 말 가운데 “대중은 속기 위해 태어 난다”라는 말도 있으니 이 정도면 더 이상의 설명은 끝났다고 본다.
일화들
‘P.T 바넘’의 알려진 일화 몇 개만 더 들추어 봐도 “뭐 이 딴 놈이 다 있지”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예들어 전시회의 안내판에다 'Exit' 대신 다른 헷갈리는 단어를 써놓고 덕분에 출구로 나온 사람들은 전시장에 다시 들어가기 위해 입장권을 한 번 더 끊어야 했다는 이야기나, 평범한 흑인 할머니 한 명을 ‘조지 워싱턴’의 간호사라고 사기를 쳤고, 그러다 관심이 시들해지니 “그 여자는 인조인간이다”라고해서 돈방석에 올랐다는 이야기는 물론, 원숭이 상반신에다 물고기 몸통을 붙여놓고 인어라고 속인 적도 있다고 하니... 뭐지?
하지만
하지만 사실 위와 같은 이야기만 보고 ‘P.T 바넘’을 판단할 순 없을 듯하다. 왜냐하면 이런 인물이 전혀 뜻밖의 일을 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사실 그 이전의 쇼들은 그냥 ‘괴물쇼’였다. 이러한 구경거리에는 남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특별한 뭔가가 필요했었고 사람들의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보다 더 많은 괴물들이 필요해졌다. 하지만 참담하게도 이 괴물들의 정체는 바로 장애인들이었고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며 훈련이란 혹사를 당해왔던 것이었다. 그럼에도 엄청난 흥행거리였던 괴물쇼는 기형적 수요충족을 위해 부모로부터 아이를 사들이거나 심지어 유괴와 인신매매마저 암암리에 성행하게 된다. 그랬기에 이들의 처우는 날이 갈수록 열악해져만 갔고 주인에게 종속된 노예와 같은 생활을 계속 해야만 했었다.
양지로
그런데 이러하던 것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마케팅 하여 서커스 비즈니스란 이름으로 발전시킨 사람이 바로 ‘P.T 바넘’이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그 당시에도 서커스 산업 계산대 위에 기형인간을 올려놓은 파렴치한이라 불렀으나, 하지만 ‘P.T 바넘’으로 인하여 약간이나마 그러했던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형편이 나아진 것은 엄연한 사실이었다. 예들어 수염난 여자라 불리던 ‘클래맨트 틸렛’을 보면 이후 그녀에게 다른 괴물쇼에서 상당한 액수의 출연료를 제시하며 섭외하려 했으나 본인이 출연을 거부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그들이 출연 거부를 할 수도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는 ‘P.T 바넘’으로 인해 노예처럼이 아니라 프리렌서 비슷하게나마 대우 받을 수 있게 된 것이었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생활이 윤택해졌다고 결코 말 할수 없다고 본다. 다만 그 이전까지 이들에 대한 사회적 대우가 어느 정도였을지... 평생 놀림거리로 살다 혹사당하며 끝내는 그렇게 죽음을 맞이했어야 했던 것, 이것이 그들의 삶이었던 것이었다.
또한
또한 이러한 ‘P.T 바넘’의 행적은 다른 일화에서도 잘 들어난다. 미국 남부의 노예제도를 비판하였으며, 반대로 이를 지지한 사위와 의절하는 등 노예제도를 혐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그의 이러한 행적은 노예제도를 풍자하는 쇼를 통하여 북부인의 의식전환에도 큰 영향을 주게 된다.
구분
이를 보면 ‘P.T 바넘’을 두고 단순히 선인이냐 악인이냐를 쉽게 말 할 수는 없어 보인다. 그랬기에 ‘P.T 바넘’이란 캐릭터는 딱 중간쯤으로 영화에 등장하는 모습이다. 역시나 관객의 입장에서도 영화 ‘위대한 쇼맨’만 봐서는 이 인물이 선인인가 악인인가를 구분해 내기 어렵게 된다.
판단은
‘P.T 바넘’ 희대의 사기꾼이자 최악의 파렴치한인가, 아니면 서커스를 대중화 시킨 위대한 쇼맨이자 약자와 소수자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해 양지로 끌어올린 세기의 사업가인가.
판단은 당신에게 맡긴다.
'Culture/Theater > Cinema'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7년 최악의 영화들 (0) | 2018.01.03 |
---|---|
2017년 최고의 영화들 (0) | 2017.12.31 |
미스 프레지던트 / Mis-President (0) | 2017.11.22 |
미옥 / A Special Lady (0) | 2017.11.13 |
남한산성 / The Fortress (0) | 2017.10.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