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부산 비엔날레 : 혼혈하는 지구, 다중지성의 공론장

2016. 10. 8. 02:02Culture/Theater/Exhib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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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부산 비엔날레 

혼혈하는 지구, 다중지성의 공론장

 

 

2016 부산 비엔날레

 

2016 부산 비엔날레가 혼혈하는 지구, 다중지성의 공론장(Hybridizing Earth, Discussing Multitude)란 주제로 9. 3.∼11. 30. 89일 동안 개최되었다. 며칠이 지났지만 10월 3일에 참관했던 걸 이제야 정리하는 중이다. 입장료는 12000원이란 것, 매주 월요일은 휴무란다. 아직 기간이 남았으니 갈 사람들은 참고해주시고. 아, 이런데 가끔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다 필요 없다. 편한 복장이 가장 중요하다. 운동화에 추리닝을 준비하는 것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준비가 아닐까 싶다. 아님 말고... 미리 이야기 해두지만 그렇게 볼거리가 많은 것은 아니다.

 

[호리 코사이. 혁명]

 

분리

 

일단 이게 프로젝트에 따라 3가지로 구분되어지는데 한 번의 입장권으로 프로젝트 1, 2 둘 다 관람이 가능하다. 프로젝트 3은 모르겠다. 프로젝트 3은 국제학술프로그램이라는데 사실 이건 관심도 없다. 이름부터 이상하다. 여하튼, 프로젝트 1은 부산시립미술관에서, 프로젝트 2는 고려제강 수영공장이란 곳에서 한다는데 난 프로젝트 1만 참관하고 왔다. 프로젝트 2는 내일 갈 예정이다. 건 다녀와서 시간이 나면 또 리뷰해 보겠다.

 

[에노키 추. RPM1200]  

(이건 정면이고 뒤로 돌아 가보면 저 위로 올라가는 짧은 계단이 있다. 저건 다 철로 만든 것이다)

 

Project 1

 

2016 부산비엔날레 Project 1에서는 3개국 65명(팀) 148점이 전시되었는데 한중일 3파전이다. 시립미술관 2층과 3층에 나뉘어 전시 되어있는데 2층엔 중국작품들, 3층엔 한국과 일본의 작품이 전시되어있다. 내가 간 날은 날씨가 습하고 꽤나 더웠는데 2층은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와서 관람객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마련해주려는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3층은 아니다) 중간 중간 앉아서 쉴 수 있는 의자도 충분히 있고 해서 좋았다. 사실 그게 중요한 것도 아니지만.

 

개인적인 측면의 문제

 

이건 개인적인 측면의 문제라지만, 그래서 더욱 개인적으로 느낀 바를 말하자면, 입장료 12000원 딱 그만큼의 값어치를 할 뿐이란 생각이었다. 볼 게 없다. 내가 멍청해서 그런지 모르겠다. 솔직히 별 감흥이 없었다. 특별히 뭔가 팍! 하고 가슴에 와 닿는 작품이 하나도 없었다. 그게 아쉬웠다. 현대사회로의 변화, 그에 따른 문제, 혹은 과거의 추억과 향수, 그에 따른 슬픈 아픔이란 주제들이 상당수였던 것 같다. 그런데 표현 능력이 문제다. 별로 안 와 닿는다. 미술품이 예술품이 되기 위해서는 문화란 큰 틀 안에서 표현의 주고받음이 공존해야만 한다.(거기에 실용성은 기본이란 점은 논외로 두더라도 말이다) 작가의 표현만 있고 그 상대의 받음이 없다면 그건 허공에 메아리치는 의미 없는 아우성일 뿐이다. 그러니 분명 어느 정도 필요한 것은 상대를 위한 작가의 작품 속에 담겨진 관객들을 향한 배려, 친절함이다. 대부분의 작품들은 굉장히 거칠다. 불친절하다. 내가 작가라고 그냥 되는대로 내 얼굴을 대문짝만하게 찍으면서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면 그게 미술이 되고 예술이 되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 먼가가 담겨 있어야만하고 그걸 대다수의 누군가가 수긍 할 수 있는 것이어야만 한다. 내가 알 수 없는 미지의 것이 무조건 예술이 되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그건 괜히 있어 보이려는 헛수작일 뿐이다. 우습다. 아니라고?

 

[나카하라 코다이. 레고 몬스터]

(저건 무려 '레고'로 만들어 진 것이다. 성인 남성의 키보다 거의 두배 가량 높다.

 

<레고 몬스터>

 

좋다. 하나 예 들어, 도대체 저 위의 <레고 몬스터>는 뭘 말하고 있는가? 이 작품에서 강조하는 것은 '그 이전에 어디에도 없었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형체든 그 틀이든 뭐든 구속받지 않게 된다. 좋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래서 그 안에 무엇을 담으려고 했는가. 정해진 그 무엇도 없이 되는대로 막 갈겨 놓기만 한다면, 그것은 무조건 새로운 그 무엇이 될 수밖에 없다. '레고' 조각만으로 만들어진 엄청나게 큰, 그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괴물. 그래서? 그래서 그 다음은 뭔가란 말이다. <레고 몬스터>에서는 아방가르드란 말을 참 많이 보고 듣게 된다. 전에 없던 것이라면, 그것에 모든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작품이라면, 무엇보다 참신해야 함이 우선임에도 사실 그런 것 조차 없다. 그냥 괴랄 한 것이란 그런 느낌뿐이다. 그리곤 뭐가 담겨져 있는지 알고 싶지도 않아진다. 이게 대부분의 현대미술을 바라보는 내 개인적인 평가다. 무엇을 담으려고 한 의도조차 없는 듯하다. 만약 있다고 해도 그것을 전달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이라도 했다는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마치 이런 작품들은 "니네가 알 수 있겠어? 풉"이라고 대놓고 말하고 있는 듯 하다. 표현 방식의 문제가 아닌 표현 능력의 한계다.

 

[침폼. 파빌리온]

(그나마 가장 좋았던 건 이 작품이다)

 

 

히로시마의 희생자들

 

히로시마 원폭 희생자들의 혼을 기리기 위해 매년 전 세계에서 보내지는 대량의 종이학을 히로시마 시는 폐기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보관해 오고 있었다는데, 그것을 '침폼'이 자신들의 작품에 적극적으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침폼'은 6명의 작가로 구성된 한 팀이라는 사실. 위 사진 왼쪽으로 보면 구멍이 있다. 그 곳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 볼 수도 있다. 통로를 통해 걸으면 저 사진 반대편으로 나가진다. 하지만 너무 어둡다. 도저히 핸드폰 손전등을 안 켤 수가 없다.

 

 

끝으로

 

시간 대를 정해놓고 큐레이터분이 브리핑을 쭉 해주시는데 잘만 들으면 상당히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사람들이 너무 우르르 때지어 다닌다. 브리핑을 듣지 않는 다른 사람들은 거기서 전부 겉절이가 될 정도로 말이다. 또한 다른 관계자분들도 다 친절하고 관람을 하는데 불편한 것은 거의 없다. 단지 이날 개인적으로는 나의 '님'과 싸웠는데... 혹 그래서 작품들에 집중을 더 못 한 것은 아닐 런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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