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밤 vs 살인자의 기억법

2017. 12. 7. 22:39Movie vs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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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밤 vs 살인자의 기억

 

 

기억과 시간

 

나는 기억과 시간을 가지고 노는 영화를 좋아한다. ‘백투더퓨처’ ‘나비효과들과 같은 타임슬립 장르도 좋아하고 메멘토인셉션과 같은 뒤통수 때리는 이른바 반전 스릴러물도 너무 좋아한다. 이러한 식의 수많은 영화들은 언제나 비슷한 소재를 가지고 우리 앞에 늘 서왔으나, 매번 관객을 매료시키는 다른 무언가가 분명 있었기에 식상할 틈이 없었던 것 같다.

 

또 이거냐

 

하지만 아쉽게도 이런 말이 요즘에 와서는 꼭 그렇지도 않다는 생각이다. 쌓이고 쌓인 비슷한 장르의 이런 영화들을 보게 되면 결국 똑같은 레퍼토리의 답습이란 것을 알게 된다. 심지어 몇 장면들은 빼다 박았다고 말해야 할 정도다. 이런걸 보고 있노라면 ... 또 이거야?”라고 말하게 된 적이 이제 몇 번째인지도 모를 정도니.

 

일단 시간을 가지고 노는 영화들은 다음으로 제쳐두고, 먼저 지금은 인간의 기억에 대한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 갔던 영화 둘을 말하려고 한다. 그것은 바로 올해 개봉했던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기억의 밤이다

 

해빙

 

먼저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은 알츠하이머, 그러니까 치매에 걸린 살인자를 주인공으로 둔 영화다. 이런 소재라면 역시 올해 개봉한 영화 해빙도 있었다. 이 둘을 여기서 비교 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이 영화를 언급한 이유는 사실 해빙이 여로 모로 보나 살인자의 기억법보다는 훨씬 더 괜찮은 영화였다고 말하고 싶어서다. 사실 알고 보면 이 둘은 정말 비슷한 구도를 가진 영화다. 그것은 진짜 살인범과 살인범인 듯 하는 가짜를 한데 뒤섞어 놓은 점을 말한다.

 

 

빤하다

 

물론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에서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과거의 연쇄 살인범과 젊고 팔팔한 지금의 연쇄 살인범, 그러니까 연쇄 살인마 vs 연쇄 살인마라는 구도를 가졌다는 특색을 무시 할 순 없어 보인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는 너무 뻔 한 결말이었다는 단점 역시 말하지 않을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아니라면 한번만 생각해 보자, 영화 속에서 맘먹고 착하게 사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과거의 연쇄 살인범이란 주인공과 매너 있고 깔끔하고 게다가 젊고 잘 생긴 연쇄 살인범이 혹시 아닐지도 모를 경찰관 중 누가 여성을 납치해 살해하는 진짜 범인이겠는가.

 

이걸 가지고 감독판이니 뭐니 해서 다시 꼬아 내놔봐야 욕만 더 먹는 꼴이지 않을까.

 

 

전개

 

그에 비해 영화 해빙은 살인자와 살인자의 대립이 아닌 단순히 살인자와 일반인의 대립각으로 이야기를 풀어 가지만, 이는 인물간의 구도가 아닌 이야기의 전개의 방식으로 관객들을 몰입 시키고 있다는 점을 말해야 하겠다. 이 영화는 현실인지 아닐지 모를 상황과 그에 따른 마치 안개 속의 무언갈 보여줄 듯 말 듯 한 장면들에 이목을 집중시킴으로써 관객들의 궁금증을 계속해서 증폭 시켜 나간다. 그리고 바로 이점이 영화 해빙의 좋은 점이라 말하고 싶었다.

 

허나 아쉽게도 질질 끄는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장난질 치지마라

인간의 기억이란 것에 대해 소재를 삼고 있는 스릴러들을 가만히 보고 있자하면, 가운데 빠진 부분, 스토리의 결착이나 원인 내지 결말 같은 정작 중요한 부분은 감추어 두거나 빼먹어 버리고 이야기를 진행해 간다는 걸 쉽게 알게 된다. 그런데 여기에는 강약 조절 내지 자연스러운 진행란 게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메김 하게 된다. 자연스런 진행이라 함은 그렇게 비어 있는 이야기가 있는지도 모르게 영화에 빠져 들게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되는 관점에서 보면 수준 낮은 허접때기 같은 영화들이 관객을 데리고 장난질을 치고 있다고 생각이 들게 때도 분명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결국 이런 스릴러 영화들은 인물간의 대립각이 아닌, 스토리의 전개방식이 무엇보다 더 중요해진다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아쉽게도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은 장난질 수준이 아니라 아예 눈에 환히 보일 법한 유치찬란한 스토리텔링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기억의 밤

 

기억의 밤이란 아직 개봉 중에 있는 이 영화는 그래도 살인자의 기억법에 비하면 훨씬 낫다 싶다. 비어 둔 이야기의 한 부분에 잡다한 신경을 분산 시키지 않으며 영화를 관람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또한 그러면서도 이 영화는 ?‘ 라는 궁금증을 계속해서 증폭해 간다. 분명 좋은 전개였다. 사람을 확 잡아당기는 몰입감도 충분 했다.

 

덤으로 영화의 초반에는 심장 쫄깃하게 만들어 주는 장면도 있었다. 이건 마치 영화 도가니에서 극 초반 '공유'가 학교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가 울리는 어둑한 지하로 내려갈 때, 그 장면에서 받은 느낌과 흡사 했다. '? 원래 이런 영화였어?' - 이것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때 내 옆사람이 귓가에 대고 걱정 어린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거 공포영화였어?”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있다. 스릴러라지만 계속된 긴장감을 영화 내내 유지할 순 없다는 점을 말하고 싶어서다. 그러니 무엇보다 강약 조절이 중요해 진다. 왜냐하면 관객의 집중력은 그리 오래 지속 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 이게 안 되기 때문에 지루한 영화가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살인자의 기억법

 

또한 확실히 할 것은 스릴러 영화란 알고 보면 정말 단순한 이야기를 바탕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계속해서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만 간다면 관객들은 이내 금방 지쳐버리고 마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닐까. 이를 테면 이런 거다. “쟤가 범인이지? 아니야? 범인이네? 또 아니냐? 에이 맞는 거 같은데? 맞는데 왜 안 보여줘? ... 도대체 언제 말해 주냐고... 아 됐어, 몰라 뭐 그러던가 말던가

 

그리고 정말 살인자의 기억법은 이 말 그대로 영화가 끝날 때 그러던가 말던가여기까지 가게 돼버린다.

 

 

강약조절

 

그러니 공포든 호러든 스릴러든 뭐든 관객을 메인플롯에 몰입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강약 조절인 것이다. 역설적이긴 하지만 그렇기에 때론 영화상의 표현인 환기라는 장치도 필요해진다. 그게 아니라면 맥거핀이라도 좋다. 그것도 아니라면 감초배우들의 코메디든, 되도 안 되는 연인들의 로맨스든 지나치지만 않는다면 그래도 좋다. 역시나 호러 영화에 잠시 잠깐 나오는 여배우들의 선정적인 서비스샷도 괜찮다. 하지만 만약 그게 아니라서 시종일관 같은 구도와 같은 긴장감을 계속해서 되풀이 하려 한다면 그것은 관객들의 몰입도나 집중력을 애초에 안드로메다로 보내 버리겠다는 말만 될 뿐이다.

 

사라진 궁금증

 

그렇다고 영화 기억의 밤이 마냥 좋다는 것은 또 아니다. 사실 이 영화에서도 중반부터 이미 사라진 궁금은 어떻게 할건가 하는 문제가 남게 된다. 이 영화는 관객과의 줄다리기에서 너무 일지감치 힘을 빼버린 꼴이라 해야 될 듯하다. 허나 그것도 이유가 있었다그렇다고해도, 주인공의 꼬여버린 과거라는 그 이유를 감안 한다고 하더라도 끝까지 좋게만은 봐줄 수 없었지만 말이다. 분명한 아쉬움은 차라리 초반의 설정을 더 길게 끌어가던가, 아니면 오히려 짧게 끝내버리고 새로운 이야기를 더 빨리 이끌어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심정이 든다.

 

 

메시지

 

또한 기억의 밤은 어설픈 메시지가 좋은 영화로 가는 길을 막는 데 한몫 해냈다고 봐진다. 성격비극을 말하기엔 원인과 이유가 분명했고, 가족애를 가리키기에는 알맹이가 없었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그렇게까지는 등장인물들에게 감정이입이 되질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그렇게 밖에 행동 할 수 없었던 인물들에 대한 설득이 부족해지기 시작되면서 동시에 긴장감마저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그랬기에 영화의 슬프고도 비극적인 결말이 정작 관객들에게는 아무런 감흥도 불러들이지 못하고 있는 이유라고 해야 할까.

 

강하늘

 

영화 기억의 밤에 대해 한가지 더 말한다면 연기력 부분을 말해야겠다. 배우 김무열의 연기는 분명히 좋았다. 카리스마까지 느껴지는 것이 와우 박수쳐야 될 듯 할 정도였다. 하지만 강하늘은 어떻게 하지 싶은 건 왤까. 왜 맨날 똑같은 케릭터를 보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까. ~... 배우가 아닌 개인적 인식의 문제인가

 

 

리뷰를 끝내며

 

사실 영화 기억의 밤을 보며 참 많은 영화를 떠올렸다. 외국영화로 셀비지한국영화로 두 개의 달그 뿐만 아니라 다크하우스’ ‘패트릭’ 이런 쌈마이 영화들까지. 그런데 이게 나쁜 점으로 작용하진 않았다. 다 틀렸으니까 말이다. 정작 이 영화는 나에게 있어서만큼은 셔터 아일랜드로 끝이 났다. 아쉽게도 힙노스까지 갔다면 내 인생의 영화가 됐겠지만, 그런데 그럴 리는 또 절대 없었을 테지만 말이다.

 

 

그에 반해

 

그에 반해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마지막 장면에서야

한 가지 영화만이 머리 속에 멤돌았다.

 

 

이거였다

 

ㅅㅂ 진짜 메멘토가 그렇게 좋아 보였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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