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vs 대립군

2017. 12. 6. 00:30Movie vs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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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vs 대립군

 

 

 

외세의 침입

 

조선 시대 두 번의 큰 외세의 침입이 있었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일 것이다. 바로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말한다. 이를 바탕으로 두 편의 영화가 올해 각각 개봉했다. 하나는 도가니’ ‘수상한 그녀를 만든 황동혁 감독의 남한산성그리고 다른 하나는 말아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의 전윤철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은 영화 대립군이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두 영화는 선조 때의 임진왜란과 인조 때의 병자호란이라고 하지만 사실 그 사이에 있었던 광해군의 이야기인 영화 광해남한산성이나 대립군보다는 인지도 면에서 더 우위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역사는 선조와 광해 그리고 인조 순으로 이들의 이야기를 이어가지만 이 영화들은 당연 모두 제 각각이다. 물론 여기서 영화 광해를 말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언급하는 이유는 조선시대 희대의 병크를 터트린 두 왕들 사이에 단 하나의 왕이 끼어있을 뿐이란 말을 하고 싶어서다. 또한 광해의 주인공 이병헌이 남한산성에서는 최명길역으로 분했다는 전혀 상관없는 관련성도 읊조리고 싶었고.

 

최악의 군주들

 

알다시피 선조와 인조는 조선시대 왕들 가운데 최악의 군주 랭킹 넘버 원, 투를 다투는 인물들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한 나라의 리더가 어떠한 능력을 가진 것인가가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겠지만, 단순히 이들의 무능함은 말할 필요도 없었고 그것을 떠나 인간성 자체가 개박살인지라 손쓸 수 없는 환국이었음에도 쓰레기 같은 성격 덕에 일말 동정의 여지조차 없는 점이 문제라는 것이었다. 이들은 둘 다 방계로 정통성이 약한 왕이었고 그러함으로 스스로에 대한 열등감 때문에 국왕으로써의 역할조차 해내기 어려울 지경이었으며, 또한 국가의 안위보다 자신의 안위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인배인 나머지, 편 가르기는 물론이요 자기 자식에게 조차 질투를 느끼는 아버지이자 심지어 자신의 안위와 질투심 때문에 아들을 죽음으로까지 내모는 것조차 서슴지 않았던 희대의 막장인 인물들이었다.

 

선조

 

그리하여 선조는 열등감과 질투로 인해 이순신의 목을 치려하였고, 동시에 무능함을 익히 알고 있음에도 이순신을 견제하기 위해 원균 따위를 옹호하다가 그 막강했던 이순신의 함선 90%를 말아 처먹게 하는데 직접 일조하시게 된다.

 

 

이 미친

 

이 미친 군주는 본인이 성과 나라를 내버리고 도망가는 주제에 자기 아들 광해에게 나는 도망가니 네가 지켜라따위를 주문하질 않나 그래놓고 광해에게 질투해 세자에게는 왕이 입는 곤룡포의 색을 줄 수 없다하여 세자복을 검을 색으로 바꾸질 않나 (그래서 이후부터 조선시대 세자들은 검은색 세자복을 입게 된다) 하여간 정신 나간 것도 이렇게까지 나갈 수가 있나 싶어지지만, 문제는 이후의 인조는 이보다 더하면 더 했지 덜 하진 않다는 점인데...

 

인조

 

인조는 명과 청의 중립외교로 현명한 노선을 걷고 있던 광해군을 반정으로 몰아내고, 그래서 하는 짓이 대세를 전혀 읽지 못한 친명 정책이었으며 사실 이 때문에 병자호란이 터진 것이었다. 또한 적군이 철수하는 대가로 인질 삼아 끌려갔던 아들 소현세자가 고국으로 돌아오니 이 미친놈이 자신의 아들을 질투하여 독살해버렸고 심지어 아들의 정실이자 며느리인 민회빈 강씨까지 역모를 꾀했다면서 세자빈에서 폐한 후에 신하들의 반대를 용감히 무릅쓰고 사약을 내려 죽여 버리기까지 한다. 거기다 자신의 손자까지 덤으로...

 

아무리 영화라지만  

 

이런데도 어이없는 것은 영화 남한산성에서 박해일이 연기한 인조가 명군이자 암담한 역사의 희생양으로 묘사된다는 점인데, 그세 댓글들을 보니 멋모르는 인간들이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에 버금가는 인조임금님이 아니였다면 우리나라는 조선을 끝으로 중국으로 바꼈을것이다. 인조임금님께 감사하고 또 감사한다. 한국사람이라면 꼭봐라 (다음 영화 한줄평에서 그대로 긁어 옴, 물론 백퍼 알바글 같지만) 이라고 인조를 찬양하고 계신다는 사실이다. 이건 아무리 영화라지만 분명 잘못 아닌가 하는 말이다.

 

 

사실 도가니’ ‘수상한 그녀를 만든 황동혁 감독인 것을 나중에 알고 나서는 기대 할 만큼 충분히 기대한 영화 남한산성이였음에도, 인조라는 영화상의 캐릭터 딱 하나만 봐도 이 감독이 진짜 이럴 줄은 몰랐다는 이 영화를 본 솔직한 심정이랄까.

 

난공불낙

 

영화 남한산성이 역사와 다른 점은 사실 지키면 지킬 수 있었던 산성이라는 점이었다. 몽골의 군사는 평지에서 기마전을 주로 했기에 산악전에 취약했을 뿐더러 남한산성 자체가 워낙 난공불낙의 요소를 골고루 가지고 있던 터라 영화처럼 몽골의 군대가 후~ 하고 입바람 불면 날아 가버릴 정도의 묘사는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영화와 달리, 오히려 양반이 수성을 원하고 군대와 백성들이 항복을 원했다고 한다. 이래나 저래나 이것만 봐도 인조 이하 관료들의 리더쉽이란 뭐 시궁창이란 증거로 충분하고 말이다.

 

 

여기에도 주인공이?

 

사실 이보다 더한 개막장인 영화가 또 있긴 하다. 같은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 만화영화 최종병기 활이 되시겠다. 하긴... 아무리 그래도 여기에 비교하긴 '남한산성'이 너무 억울하다 싶기도 하지만. (여기에도 주인공이 박해일이네?)

 

대립

 

이에 비한 영화 대립군은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한 세자시절의 광해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영화 제목인 대립이란 대체 뭘까. 역사 공부 좀 해볼까나?

 

조선 초 봉족제라는 군역제도가 있었다. 쉽게 말해서 한 가구당(호 단위) 한명의 남성이 군역을 담당하고 남은 집의 남자들이 군대를 간 가족 일원의 경비를 충당하게 하는 제도였다. 이런 제도의 이유는 바로 조선시대의 재정문제 때문이었다. , 국방력을 위한 국가재정을 순전히 가계재정으로 담당 시키려고 했던 것이다.

 

 

불평등

 

하지만 이렇게 되면 형제가 10명인 집안과 2명인 집안의 차이에서 생기는 불합리가 있게 되었고 그리하여 이를 수정한 것이 세조 때의 보법이란 제도였다. 이는 한 가구 3인당 1명이라는 정병을 선출 하되 2명의 경비 충당원, 다시 말해 2명의 보인을 두는 것이었다. 예들어 그러면 한 가구에 7명의 남성이 있는 집안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 때는 정병 2인과 보인 4인을 뺀 나머지 1명이 남성의 수가 3인 미만인 집안의 보인이 되는 것이었다. 때문에 세조 때 엄청난 군역의 확대가 일었고 여기까진 정말 괜찮았다. 하지만 원초적인 문제, 국가재정에 정병의 의식주에 관한 사항을 염두 하지 않던 조선인지라 결국 많아진 군사력에 비한 정병에 관한 경비가 턱 없이 부족하게 되는 현상이 생겨나게 돼버린다.

 

이렇게 되어 군역의 의무가 있는 자가 혹, 재력이 있는 남성이라면 보인으로 경비를 충당할 수 없는 자를 불러 대신 보를 내어줄 터이니 너는 날 대신하여 군역을 가라고 말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보인이 낼 포로 대립가를 산다라는 의미다. 간단하게 말하면 보인의 의무가 있던 남성이 돈이 없어 대신 군역을 나가게 돼버린 것이었다.

 

방군수포제

 

그런데 대립제란 애초에 사적인 관계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어이없는 것은 이걸 또 국가적 차원에서 중매까지 해주셨다는 이야기다. 왜 이런 편법을 또 그렇게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한 것일까. 그것은 사적인 관계에서 시작된 대립제를 지방의 관아들이 이용해 먹고 중간소개비를 받게 되어 그 해악이 극심해졌기 때문이다. 이를 '방군수포제'라고 불렀는데, 국가에서 이것을 막기 위해 대립 명부를 중앙에서 관리하여 방군수포제를 양지로 끌어 올리려 한 것이었다.

 

 

군적수포제

 

대립제의 양성화, 이것이 바로 조선시대 군적수포제였다. ..만 그래도 국가적인 차원에서 여전히 국정 중간 소개비를 받아 챙겨 드셨다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아주 대단들 하시다. 이럴 거라면 뭘 하려고 보법이니 뭐니 했냐 이 말이다. 그리고 우리네 국사 교과서에서는 바로 이 군적수포제를 설명하며 백성들의 부담이 줄게 되었다고 버젓이 설명하고 있다. 물론 뭐, 군적수포제는 백성이 부담할 비용을 고정적으로 정해두었으니 악덕 지방 관리들의 방군수포제에 비하면 적게 받아 챙겨 처드신 것이겠지만.

 

 

사실 임진왜란은

사실 임진왜란은 조선의 백성과 이순신 장군, 이 둘이 막아낸 전쟁이었다. 일본의 입장에서 백성이란 그 땅에 종속된 부유물과 같은 존재로 인식했다. 성을 빼앗으면 군주는 죽임을 당하고 백성은 당연히 정복자에게 순응 할 수 밖에 없는 개념이 일본의 전쟁이었던 것이다. 여기서 왜군이 깜짝 놀란 것은 조선의 임금이 나라를 버리고 도망갔다는 것이었다. 일개의 성주조차도 일본에서는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던가 아니면 할복을 하는 마당에 한 나라의 임금이 수도를 버리고 피난길 행차라니... 이 상황에서 왜군은 더 이상 무엇을 상대하여야 하는가 하는 일종의 멘붕 상태에 빠지게 된다. 위대하신 선조 왕께서 임진왜란의 전공이 있다면 꽁지가 빠지게 도망친 것, 이것도 전공이라면 전공이겠다. 허나 조선의 백성은 달랐다. 그들이 임금과 신하들을 대신해 칼과 창을 들었다. 실제로 왜군이 가장 무서워한 것은 조선의 군사가 아니라 조선의 백성, 의병이었다고 한다. 조선의 군병들이 무서워 벌벌 떨던 왜군, 그 왜군이 가장 무서워한 조선의 민중... 참 아이러니한 부분이다.

 

 

민중의 힘

 

뭐 여하튼 이런 민중의 힘을 보여 주려한 것이 영화 대립군이었다. 그 민중의 힘을 보고 각성을 이루어 가는 세자시절의 젊은 광해를 이 영화는 그리려 했나 보다. 하지만 아쉽게도 영화의 설득력은 어설프기 짝이 없어 아무런 감흥도 나지 않는다. 문제는 광해역의 여진구. 어리버리 어리숙한 광해군의 연기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그 뒤에 나왔어야 할 드라마틱한 그 무언가는 강하게 생략되어졌다. 이게 문제다.

 

(설마 이걸 따라 하고 싶었늬?)

 

오글거리다

 

'대립군'이나 '남한산성'이나 필요이상 오글거리는 다른 주연들이 있다는 점이 두 영화의 공통점이면 또 그렇다고 하겠다. 사실 이는 말도 안 되는 케릭터를 그냥 막 싸질러 놓았다고 해야 할 정도다. 영화의 메인 플롯이라는 긴 작대기에 스스로도 메인인 척 속이려는 듯, 얇은 회초리 하나를 겹쳐 놓은 것 같은 그런 모양의 것이다. 그건 영화 대립군에서 토우역의 이정재와 영화 남한산성의 서날쇠역의 고수다. 이 미친 듯 하는 능력치의 슈퍼맨들이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해내면서 모노드라마 찍듯 원맨쇼를 해댄다. 그런데도 결국엔 어이없게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이상해진다. 전혀 다른 영화 속 케릭터를 여기 갖다붙여 놓은 듯한 맹랑함이 시작부터 끝까지 쭉 계속 된다. 주변 인물들은 거지깽깽이에 별 병신 같은 쭉정이만 즐비한 배경에서 혼자 남자답고 책임감 있고 자상하며 속 깊고 지조 있고 똑똑하며 몸도 날렵하며 못 다루는 장비도 없다. 아예 목소리 톤부터가 다르다. 그리하여 광해군은 토우 옆에 서서 자동 비교 되어 거지깽깽이가 되버렸고, 서날쇠 덕에 남한산성의 최명길이나 김상헌은 허울만 좋은 죽쩡이 꼴이 되어버린다. 토우와 서날쇠가 조언하는 것들이 영화상에 나온 지혜와 진리 였으며, 그 충고를 따르지 않아 폼만 잡던 인물들은 위난을 겪는다. 토우와 서날쇠의 안목은 이미 21세기를 바라보고 있으며, 그들의 행동력은 일당백을 넘어서는... 뭐 이 ㅅㅂ 무슨 말이 되야지... 게다가 이런 사람이 별 볼일 없는 하층민이다. 왕이고 양반이고 수행원이고 운검이고 군사와 장군, 책사들은 그냥 모조리 다 거지깽깽로 만들어 주신다. 한참 보고 있자하면 나중에는 이 둘의 대사 하나하나에 미친 듯 하는 오글거림까지 느끼게 해주신다. 참 감사하다.

 

 

다른 공통점

 

마지막으로 대립군이나 남한산성이나 무능한 군주, 희생당하는 백성을 그려내고 있음이 또 비슷하다. 하지만 영화 남한산성은 절대, 결코 재미있는 영화가 아니다. 갑갑하다. 끝까지 답답하다. 이 영화는 시종일관 무겁고 어둡다. 그래서 쉽게 지쳐버리고 만다. 그렇다면 보상을 해줘야 될 것 아닌가. 하지만 끝내 이 영화가 보여준 카타르시스는 고작 마지막 대장간 밖으로 뛰어나간 여자 아이를 보여주는 정도다. 하지만 이 마저도 억지스럽다라는 말을 금할 길이 없어 보인다.

 

여기에 비하면 대립군이 훨~ 낫다. 가볍게 즐기기 충분하며, 감초 케릭터의 향연은 쏠쏠한 웃음거리를 주고 있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남한산성'은 그런 것도 없다. 거기에 교훈이나 주제의식은 희박하고 그럼에도 무겁고 어둡고 답답하며 잔인하기만 하다.

 

 

교훈이랄까

 

이제 와서 자세히 보면 글쎄 희미하게나마 간신히 생각나는 두 영화의 교훈이랄까. 역시 둘 다 비슷하다. 오블레스 노블리제? 노노.. 아니다. 바로 백성이 나라의 주인이다는 이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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